통곡의 벽장
예니카 메리골드 / 7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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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9월 x일

 

누나가 없는 저택은 너무 심심하다. 호그와트는 어때? 생각하던 것만큼 즐거워?

 

나는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어. 누나가 없다는 것만 달라진 사실이지…. 아니, 사실은 평소보다 조금 더 별로야. 아빠는 더욱 말이 없어졌고, 엄마는 요즘 들어 바쁘신 일이 있나 봐. 다리오 삼촌과 안나 이모도 요즘엔 엄마와 할 일이 많으신지 집무실 문을 굳게 닫곤 바쁘셔.

 

이 저택에서 나는 소리라곤 절벽에 부딪히는 해풍의 소리 정도가 다야. 바람이 거센 날이면 바람 소리가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시끄럽긴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 이러다간 말하는 법을 잊어버릴 것 같은 레프가-

 

추신. 사진 좀 더 보내봐. 요즘은 삼촌이 바빠서 새 책 을 가져다 주지 않고 있거든. 볼만한 게 누나의 사진 정도밖에 없어. 기왕이면 호그와트 내부를 자세하게. 궁금하잖아!

 

 

-

1992년 4월 x일

 

엄마가, 누나의 여행을 허락하셨다며. 나한테 왜 알려주지 않았어? 내가 누나를 막을까 봐? 하긴… 내가 생각해도, 심심하다는 편지를 많이 보내긴 했어. 그렇지만, 편지를 쓰는 것 외엔 별로 새로울 게 없으니까. 누나가 날 이해해 줘야 해! 여행은 부럽지만, 내가 나가는 걸 엄마가 허락하진 않을 거란 걸 우린 잘 알잖아? 그러니까… 그냥, 음… 기념품을 사와 달라고. 기왕이면 머글 세계의 것으로. 마법이 걸리지 않은 거 말이야. 한땐 아빠가 머글 물건들의 용도를 열심히 우리에게 설명해 주셨던 거 기억나? 그리 오래되지 않은 기억인데도 옛 추억 같네.

 

“이 기념품 마그넷은 엄마 아빠의 연애 시절에 파리에서 산 거야, 그리 특별하지도 않은 물건인데도 밀라의 눈엔 신기했었나 봐. 다른 것들에 비해 2초나 더 시선이 머무르고 있었지. 뭐? 그런 거 까지 세는 게 징그럽다고? 얘는, 이게 다 사랑인 거란다. 네 엄마는 무뚝뚝한 편이라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세심히 관찰해야 보이는 부분이 많아.”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설명은 둘째치고, 연애사 얘기만 주구장창 하셨었지…. 엄마 아빠의 결혼 전 시절의 사진을 보지 못했다면 믿지 못할 이야기들이야. 물론, 아빠의 허세가 섞여 있을 수도 있는 거고. 알 수 있는 건 없지.

 

그러고 보니 사진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다리오 삼촌이 머글 세계에서 고생하며 가져오신 새 렌즈를 아빠 몰래 홀라당 들고 나갔다며? 오랜만에 아빠가 먼저 내게 그 얘기로 말을 걸었어.

당돌한 게 너무 귀엽다는데… 윽. 내가 누나보고 한 말 아니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 아빠의 의견이야! 어휴…. 아들보단 딸이 좋다 이런 건가? 누나나 나나 아버지 유전자는 한 톨 물려받지 않고, 어머니의 미니 사이즈잖아. 억울하네. 뭐 누나처럼 리본이라도 달고 있어야 했나? 그건 별론데….

 

-좀 더 있다간 양갈래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레프가-

 

추신. 저번에 보낸 말린 나뭇잎은 뭐야? 설마 찻 잎이야? 어디서 이상한 거 주워서 장난치는 건 아니지? 먹고 죽으면 누나가 범인!-

 

 

-

1994년 10월 x일

 

누나가 호그와트로 떠날 때 배웅하지 못해서 미안. 이제야 편지를 쓰는 것도 미안해….

그게,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잉크 자국이 크게 남은 편지지만 몇 장을 버렸는지 모르겠어. 리리가 책상 위의 잉크 자국을 청소하고 싶어서 얼마나 발을 동동 굴렀는지 그 모습을 봤으면 바보 같다고 했을 거야.

 

그날은 내가 미안해. 누나가 문을 다시 열어준 후로 계속 사과해 왔던 걸 무시한 것도. 사실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아니까 그 사과를 받고 싶지 않더라. 누나랑 싸운 건 어릴 때 이후론 정말 간만이잖아. 내가 화가 난 이유는 누나 때문이 아닌데도, 그땐 내 감정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어. 하지 않았으면 좋을 말을 내뱉고는 후회하는 거 진짜 멍청이 같다. 전에 누나와 같이 읽었던 소설 속 바보 같은 주인공을 욕했었는데, 그게 지금 내 모습이야! 미련하고 답답하지.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미안. 요즘 따라 화가 가라앉질 않아. 늘 속이 답답하고 불을 삼킨 느낌이야. 평생을 들은 저 파도 소리가 신경을 갉아 먹는 것 같아. 몰려오는 파도 소리가 언제 두려웠던 건지 지금은 당장 몸을 맡겨버리면 이 걸리적거림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말을 하면 누나가 꿀밤을 때리겠지. 누나에겐 그날의 일이 악몽이었잖아. 나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날부터인 것 같아, 엄마가 변했던 거. 그리고 엄마만큼 나도 변해가는 것 같아. 이성적인 사고는 기능을 멈추고, 밑바닥의 찌꺼기를 토해내기만 하는… 이런 내가 싫어. 왜 이러는 걸까? 나는 점점 커가는데, 이 집은 나를 내리누르는 것 같아. 그나마 누나와 함께 있을 땐 그제야 찌그러진 폐가 기능을 하고 숨을 토해내는 것 같아. 누나가 보고 싶어. 미안해.

 

-결국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레프가-

 

추신. 방학 때 방문했던 누나 친구에게도 안부 전해줘. 가족 외의 사람은 처음이라 그런지 뭐라고 인사해야 할지 순간 까마득히 잊어버렸어. 이래선 밖에 나갈 수 있게 된다 한들 멀쩡히 살 수 있을까… 아니야 뒷말은 잊어줘.

 

 

-

1996년 11월 x일

 

누나, 누나가 점점 밖으로 나도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아. 누나가 하고 싶어 하는 사진에 매진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 이 재미없는 집으로 돌아오라고 떼쓰지는 않을게. 이젠 나도 많이 컸지? 누나가 돌아오지 않은 사이에 누나를 내려다볼 정도로 컸다고 한다면 믿어줄 거야?

그래도 내가 사진과 이야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는 것만은 잊지 말아줘. 다리오 삼촌과 안나 이모가 열심히 새로운 물건들을 구해오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누나의 이야기만큼 생생한 것은 없어. 난 누나가 찍는 사진을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아빠에겐 미안하지만… 비밀로 해 줄 거지?

 

아빠는 누나가 4학년 이후로, 집으로 돌아오는 횟수가 확연히 줄어든 게 시원섭섭하신가 봐. 편지가 도착하면 방 밖으로 뛰어나오셔. 일부러 아빠를 조련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아빠가 누나의 여행길을 걱정하면서도 자랑스러워해. 엄마는… 아빠가 좋다고 하니 됐단 태도지만.

누나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나는 다 알 수가 없어. 그래도 너무 많이 방황하지는 말고, 누나가 내 몫까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

 

-오늘도 사진만 기다리고 있는 레프가-

 

추신. 바실리스크 이야기는 도대체 뭐야? 내가 얼핏 본 책에서는 무시무시한 뱀이던데…. 누나는 그런 건 질색이잖아. 괜찮은 거지?

 

 

-

1997년 8월 x일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누나가 집을 나간 것도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엄마가 누나에게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한 거야….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가 런던에 갔던 날. 그날 밤에 누나가 엄마에게 불려 갔단 소리를 리리에게 뒤늦게 전해 들었을 땐, 누나의 방은 깨끗하게 비어 있더라. 누나는 정리 정돈같은 거 잘 못하잖아. 그래서 늘 친구들에게 신세를 진다고 말하는 걸 들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리리가 “아가씨께서 직접 청소를 하게 만들었어요! 리리는 나쁜 집 요정이에요!” 라며 엉엉 우는 걸 말리느라 아직도 귀가 따끔거려. 나중에 돌아온다면 리리에게 너에게 옷을 주려는 게 아니라고 사과하길 바라.

 

근데… 돌아올 생각은 있는 거야? 아무리 부엉이를 보내도 되돌아오네. 지금까지 내가 쓴 편지가 수십장이야. 매일매일 편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누나는 알고 있을까? 엄마도 평소보다 표정이 더 굳어있는 것이 누나에게 심했다고 생각하고 계신 것 같아. 방학이 반절이 지나가는데도 편지 한통이 닿질 않아. 지금 이 편지도 누나에게 닿지 않겠지? 네가 걱정돼. 그러나… 한편으론 속이 시원하기도 해. 늘 말 잘 듣는 착한 딸이길 바랐잖아. 어떻게 그럴 생각을 했어? 예전의 누나가 아닌 것 같아. 오해하지 말아. 보기 좋다는 뜻이었어. 그간 호그와트에서 마음의 변화가 있던 거지? 누나가 자유롭게 산다면. 난 그것만으로도 괜찮을 것 같아. 기왕 떠날 거라면 멀리 떠나. 훨훨 날아서 가보지 못한 곳을 누비고, 행복하게 살아.

 

아빠도 누나의 가출 소식에 오랜만에 큰 소리로 웃었어. 역시 내 딸이라며 눈을 빛내시더라. 누나의 실행력이 우리 집을 바꿔놓고 있어. 아빠도 젊었을 적 가출한 적이 있대. 우리에겐 얘기하지 않은 불량청소년의 시절도 있었다는 거지. 충격적이야! 메리골드 남매는 생긴 건 엄마의 클론이나 다름없이 생겼지만, 아빠의 성격만은 누나가 가져갔구나.

 

-걱정되면서도 즐거운 레프가-

 

추신. 누나 그날의 외출은 정말 잊지 못할 거야. 아직도 꿈을 꾸면 그날의 풍경이 펼쳐져. 더 이상 해안 절벽 위의 삭막한 저택이 아닌 다채로운 세상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다는 거. 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고마워.

 

 

-

1997년 12월x일

 

신문에 실린 소식을 보고 숨이 멎는 줄 알았어. 호그와트는 괜찮은 게 맞지?

누나가 그렇게 가출하고 나서 본 소식이 이런 거라, 가족 모두가 놀랐어. 그러니까, 제발 이번엔 답장을 해줬으면 좋겠어. 어차피 호그와트에 있다는 건 알잖아!

 

내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그간 쓴 편지들을 뭉텅이로 보낼 거야. 이걸 보면 안쓰러워서라도 답장을 해줄 거라 생각해. …답장할 거지?

 

-심장이 매우 힘들었던 레프가-

 

추신. 콘클라베는 뭐야? 거기에 왜 누나가…. 하여간 빨리 답장 줘. 답장을 줄 때까지 부엉이들은 혹사당할 거야. 그렇게 알아!

 

 

속에 담긴 진심은

 

 

-

 

"도대체 편지를 몇 통이나 보낸거야 레프는.

답장,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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